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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세스럽다고 생각했다.아마도 소야가 입었던, 그 재색 기모노를 먼저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빛마저 흡수해 버릴 듯한 아득한 침묵, 그 고요. 봄날 하늘에 홀로 떠다니는 민들레 꽃씨같은 적막과 처연. 아니, 그 녀석 답다고 생각했다. 하나오카 씨가 내민 기모노의 소매에, 남색 바탕에 희게 염직된 부서지는 파도와, 폭풍우치는 바다. 호쿠사이가 그린 가나가와 해변의 파도를 수놓은 것을 보고."이..... 그......"
"받아 주시지 않겠습니까."하나오카 씨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 대체, 대체 말이에요."레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목쉰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녀석, 니카이도 가 차남이면서 말이에요. 좀 단정하고 점잖고 고상하고 그런 것도 많을 텐데...... 대체 이 무시무시한 염색은 뭐예요."
"도련님이 파도를 좋아하셔서."
"아니, 남자 기모노잖아요! 시치고산도 아니고......"이런 것을, 첫 타이틀전에 입고 나갈 생각을 했다니.어이없는 녀석이었다. 화사한 빛깔, 이 찬란하고 거대한 무늬. 여자 옷이라면 모를까, 남자가 이런 것을 입고도 괜찮을 만한 공식적인 자리라면 시치고산 밖에는 없을 텐데. 하다못해 성인식에 이런 걸 입고 나가도 다들 쳐다볼 것이다. 성인식에는 다들 정장을 입는 요즘은 특히 더. 구 화족 출신인 니카이도 재벌가에서 온갖 고상한 것은 다 보고 들으며 자랐을 것 같은 녀석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것을 만들다니. 아, 혹시 그건가. 평범한 사람이 코트를 한 벌 산다면 검정이나 회색, 네이비를 구입하지만, 이미 코트를 여러 벌 갖고 있는 사람은 겨울철에 한두 번 입기도 힘들 화려한 코트도 구입할 수 있으니까. 설마 이건 그 녀석 나름대로의 재력 과시였나. 그러니까 이를테면, 니카이도 가에서 집안 행사 때 입는 것은 좀 더 점잖은 것이라든가. 어른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아주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러버리는 녀석이었다. 니카이도.주먹을 쥐었다. 손바닥 안에, 쇼기 말 하나가 남아 여린 살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그 여름, 백화점 옥상에서 그 애와 마주앉아서, 문득 깨달았었다. 아아, 나는 남은 평생 이 녀석의 얼굴을 보며 살게 되겠구나. 50년이든 70년이든. 그 녀석이 라이벌이라고 말할 때 마다 그 입을 틀어막고 싶었던 건, 아마 자신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계속 같이 걸어갈 거라고,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얼굴을 보게 될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십 년, 고작 십 년이었다. 하루하루를 소년만화의 주인공처럼 살고 있었다. 이걸 하고 싶어, 저걸 하고 말 거야, 언젠가는 타이틀을 손에 넣을 거야.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여기서 버텨 나가겠어. 성인식 때는 뭘 하자고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외통에 걸리듯 갑작스레 악화되어 버렸다. 한번 무릎을 꿇자. 각행과 비차가 날아들듯 왕을 때려눕혔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미리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그 녀석을 만나서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레이는 고개를 숙였다. 안경 렌즈는 눈물로 얼룩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소매에 파도를 그렸는지, 솜방망이 펀치를 휘두르는 고양이 보졸을 그렸는지도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어째서,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했다는 것을, 그 사람이 죽은 뒤에야 깨닫고 마는 걸까. 엄마, 아빠, 치히로. 그리고 네 번째로 맞이한 죽음은. 하나오카 씨도 머리를 숙였다. 그의 마지막 업무는 이제 끝이 나려 한다. 레이에게, 소중한 도련님이 부탁한 것을 전해주는 것으로, 그는 정말로 은퇴하고 말 것이다. 사형인 시마다 8단을 따라 텐도에 갔을 때, 언젠가 키리야마가 타이틀을 따면 주겠다며 특별 주문했던 쇼기 말과, 올해 사자왕전에서는 결승까지 올라가겠다고, 그 날 입겠다며 만들었던 이 기모노 한 벌. 살아남은 사람은 다들, 이렇게 먼저 떠난 사람들의 마음을 짊어지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레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