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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 Hig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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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는 암살 대상 앞에서 무기를 버렸다. 의아해진 제다이는 질문한다.

“날 무기 없이 공격할 셈인가?”

암살자는 대답 대신 함성을 지르며 제다이를 공격했다. 제다이는 그녀의 공격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피했다. 멀리서 보면 둘은 싸움이 아니라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힘의 격차는 명백했다. 암살자는 제다이를 털끝만치도 건드리지 못했다. 결국 바닥에 드러눕는 쪽은 제다이가 아니라 암살자였다.

“말해보거라, 너의 스승이 누구냐?”

제다이가 포스를 사용해서 암살자를 제압했다. 암살자는 그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자, 제다이는 포스로 암살자의 정신을 헤집었다. 그녀의 머릿속을 보고 난 제다이가 말했다.

“그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너는 여전히 너의 자매를 생각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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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서 나가, 제다이.”
 메이는 소파에 앉아서 TV에서 나오는 제다이와 암살자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메이는 솔이 땅콩과 호두가 든 접시를 들고 옆에 앉아도 모를 정도로 드라마에 깊게 빠져있었다. 솔이 말했다. “드라마 재밌니?”메이는 대답 없이 계속 TV 화면만 쳐다보았다. 솔이 메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메이야.” “에이 깜짝이야. 아저씨는 기척도 없이 오는 재주가 있어.”메이는 솔이 가져온 접시를 보았다. 접시 안에는 껍데기가 벗겨진 땅콩과 호두가 가득 들어있었다. 메이는 땅콩을 집어먹으면서 말했다. “이거 부럼 깨고 남은 건가요?” “응, 내가 어제 견과류를 너무 많이 산 것 같아. 그럼 먹어서 없애야지 뭐 별 수 있냐. 근데 저 드라마 이름이 뭐니?”솔은 소파 밑의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메이가 솔의 질문에 대답했다. “‘더 애콜라이트’요. 이번에 새로 나온 스타워즈 드라마에요.” “그러냐? 나는 그게 공상과학 무협영화인 줄 알았네. 둘은 왜 싸운 거야?” “제다이가 그녀의 어머니를 죽였거든요.” “제다이가 나쁜 놈이네.” “그렇게 딱 잘라서 정의 내릴 수는 없어요. 진실은 다면적이거든요. 저 제다이는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어 하고요.” 메이는 암살자와 제다이의 싸움을 보면서 바다와 맞서는 자신을 상상했다. 바다를 때리거나 베어도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다. 바다에 독을 풀면 물고기는 죽어도 바다는 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메이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버릴 것이다. 솔이 말했다. “냉동실에 있는 얼음, 네가 사다 논 거니?” “아 맞다!” 솔의 말에 현실로 돌아온 메이는 허둥지둥 주방으로 달려갔다. 드라마 볼 때 만들어서 먹으려고 산 건데 깜빡할 뻔했군. 메이는 냉장고에서 탄산수와 유자청 그리고 얼음을 꺼냈다. 메이는 거실을 힐끗 보았다. 솔은 메이가 보던 드라마를 시청 중이었다. 메이는 솔과 자신을 위해 하이볼을 만들었다. 메이는 하이볼을 긴 유리잔에 담아 거실로 가져갔다. 솔이 유리잔 속에 들어있는 보름달처럼 동그란 얼음을 신기하게 보았다. 감상을 끝낸 솔이 말했다. “웬 칵테일이야?” “차가운 불에 달을 담아서 마시고 싶었어요.” “그래….”솔은 하이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창밖에 뜬 달을 보았다. 보름달이 집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솔이 마저 하던 말을 계속했다. “너도 알다시피, 오늘은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날이야. 누가 먼저 할래?” “동시에 하죠.”둘은 그렇게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메이는 솔이 소원 내용을 듣지 못하도록 조그맣게 중얼거렸다.‘그와 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길 바라요.’솔도 메이가 하는 행동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말없이 기도했고, 둘은 아무 말 없이 달을 바라보았다. 메이는 스리슬쩍 솔이 뭐하고 있나 곁눈질했다. 메이는 솔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솔이 침묵을 깼다. “부럼은 깼니?”와 분위기 빠지게 그런 말 하기에요? 메이는 입을 삐쭉거렸다. “네, 오곡밥도 먹고 귀밝이술도 마셨어요. 설날에는 떡국도 먹었고요. 됐어요?” “너 칵테일에 소주 넣었지.”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척 보면 척이지. 야, 요새 애들은 참 희한한 걸 잘도 해서 먹네.”메이는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었다. 메이가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짚으로 만든 커다란 집이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집 주변을 돌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그 광경을 본 메이가 말했다. “저들이 뭘 하려는 걸까요?” “오늘 밤이 정월대보름 축제잖아. 아마 축제의 일부이겠지. 우리 밖으로 나갈까? 이 밤을 그냥 보내긴 아깝잖아.” “좋아요.”메이와 솔은 집을 나섰다.

----- CHAPTER BREAK -----

겨울의 밤은 달구지를 끌고 가는 황소의 코에 고드름이 달릴 만큼 추웠다. 그러나 축제의 열기는 겨울의 추위마저 잠시 잊게 했다. 솔은 메이와 함께 지역상점과 행사매장을 돌아다녔다.그렇게 30분도 지나지 않아 메이의 양 팔꿈치에는 기념품으로 가득한 가방이 걸려있었고 팔목에는 매장에서 산 온갖 색깔의 구슬 팔찌를 찼다. 메이가 말했다.“아저씨도 하나 살래? 내가 사줄게.”“내가 그런 거 하고 놀 나이니. 네 가방이나 이리 줘. 그걸 계속 들고 다니면 네 팔 떨어지겠다.”솔은 메이의 쇼핑백을 양팔에 들었다. 메이가 솔을 데리고 마지막으로 간 매장은 ‘서울라리안 제다이 연합’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는 행사 부스였다. 매장 벽을 야광별과 은색 기계장치로 장식한 걸로 보아 우주나 과학과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 같았다. 가게 속 조형물을 구경하던 그는 메이가 현수막 아래 계산대에서 이상한 개구리 열쇠고리를 사려는 것을 보았다. 솔이 말했다.“그게 뭐니?”“마스터 요다.”“그럼 얘도 제다이야?”둘의 대화에 점원이 끼어들었다.“고객님, 괜찮으시다면 19,900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혹시 스타워즈 팬이신가요?”“네?”점원이 메이에게 명함과 광고지를 내밀었다.“저희 동아리에 가입하시면 특별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솔은 메이와 점원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시계를 보았다. 오후 8시 30분, 이제 곧 마지막 공연이 시작할 것이다. 솔이 메이를 재촉했다.“뭐 해? 빨리 나가자.”메이는 솔의 말에 영수증과 물건을 챙겼다. 솔은 메이가 받은 광고지를 보았다. 전단에는 ‘죽음이 없다면, 그곳에 포스가 있다.’라고 커다랗게 적혀있었다. 이게 무슨 사이비 같은 소리지? 솔은 메이가 받은 광고지를 뺏었다.“이런 쓸데없는 건 갖다 버리렴.”“그런 거 아냐.”솔은 메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얘는 나 모르는 사이에 교회라도 다니나? 메이는 전단을 도로 가져가서 가방 깊숙이 넣었다. 솔의 시선에 변명하듯이 덧붙여 말했다.“그냥 동아리 팜플렛이야. ‘도를 믿습니다’ 이런 거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솔은 메이와 함께 야외 공연장으로 향했다. 무대 중앙에 짚과 소나무 가지로 만든 거대한 집이 있었다. 집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둥그렇게 앉아 있었고 핸드폰과 캠코더를 들고 공연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앉을 자리를 찾던 솔이 말했다.“저게 달집인가 봐. 마치 수학여행에 온 기분이네.”“저걸로 뭘 하려는 걸까요?”"글쎄…""태우는 건 아니죠?"그들은 공연장에 설치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무대 조명이 너무 밝아서 솔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어두침침한 곳에 있다가 공연장의 밝은 조명등 아래 있으려니 눈이 따가웠다. 벌써 공연이 한 차례 끝나고 사람들이 손뼉 치고 있었다. 사회자가 말했다.“…이제 정월대보름 음악회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마지막 공연을 위해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Oxen80! 큰 박수로 환영 부탁드립니다.”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한 무리의 밴드가 무대로 올라왔다. 그들은 몸에 꼭 맞는 붉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금속성의 광택을 띠며, 곳곳에 디지털적인 화염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무대 중앙에 보컬이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저녁노을 지고 달빛 흐를 때작은 불꽃으로 내 마음을 날려봐 “정말로 저걸 태울까요?”“뭐?”솔은 음악에 취해서 메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얘가 오늘따라 이상하네. 솔이 메이를 쳐다보자, 메이가 그의 눈을 피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두 팔을 벌려서 돌면 야! 불이 춤춘다불놀이야— 노래가 끝나자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 속에 밴드가 퇴장했다. 사회자가 말했다.“멋진 무대였습니다. 오늘처럼 추운 날씨에 필요한 노래 같네요. 그럼, 우리 축제의 하이라이트! 달집태우기를 거행하겠습니다. 우리 다 같이 하나둘셋 외쳐봅시다. 하나!”공연을 보고 흥분한 사람들이 사회자의 말을 따라 외쳤다.“둘!”솔은 집 꼭대기에 철선이 가장 가까운 건물 옥상과 연결된 것을 보았다. 저기서 불씨를 내려보낼 생각인가 보군. “셋!”솔의 예상대로,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작은 불덩이가 철선을 타고 달집 꼭대기에 앉았다. 작은 불덩이는 순식간에 거대한 불꽃이 되었다. 불꽃이 성난 기세로 타오르며 집을 통째로 삼켰다. 간간이 폭죽이 터지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불타는 달집을 보면서 사회자가 말했다.“달집태우기는 불꽃으로 나쁜 기운을 정화하고, 복이 기원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의식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한 해에 질병도 근심도 없이 좋은 일만 있기를 빕니다.”솔은 불타는 집을 보면서 즐거운 듯이 한 마디 했다.“이렇게 액땜도 하고. 야. 역시 여기 오길 잘했어. 우리의 소원도 이루어지면 좋겠네. 안 그러니 메이야?”메이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메이?”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메이를 찾았다. 메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 CHAPTER BREAK -----

집에 돌아온 메이는 서울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짐을 싸고 있다. 젠장, 아까 괜히 기념품을 너무 많이 샀어. 메이 마음속은 아까 본 광경으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었다. 다만 솔에게 인사 없이 나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녀가 망설이는 사이 현관 잠금장치에서 삐 소리가 나더니 현관문이 열렸다. 솔이 지친 모습으로 집에 들어왔다. 메이와 함께 외출하기 전에는 깔끔하게 관리되고 윤이 나던 그의 구두가 흙과 먼지로 더러워져 있었다. 메이는 솔이 그녀를 찾기 위해 얼마나 행사장을 돌아다녔는지 묻지 않기로 했다. 그가 말했다.“메이야.”그냥 옷가지만 챙겨서 나올걸. 메이는 바로 집을 나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날카로웠다.“추우니까 연기가 올라오기 전에 얼른 문 닫아요!”솔은 말없이 문을 닫았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자리 잡았다. 그는 걱정스럽게 말했다.“아직도 그 소리가 들리니?”달집을 태우던 불길이 메이의 마음도 활활 태웠다. 그리운 나의 집, 스러져 재가 된 나무들 재 냄새, 울부짖는 누군가의 비명. 16년 전 그날처럼. 아니야, 하지만 그건 옛날 일이잖아. 이제 난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메이는 간신히 마음을 걸어 잠글 수 있었다.“아뇨, 전 괜찮아요. 죄송해요.”메이는 주섬주섬 겉옷을 입었다. 메이는 솔에게 화를 낸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저 이제 갈 게요. 제가 여기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네요.”갑자기 TV 화면이 켜졌다. 절묘하게도 TV 속 등장인물이 솔 대신 대답했다.
“정말 그냥 갈 거야?”
메이는 텔레비전 소리에 깜짝 놀라서 TV 화면을 보다가 다시 솔을 보니 그의 손에 리모컨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메이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아 씹-! 정말 이럴 거예요?”“아까 보던 거, 마저 다 보고가.”“그래도…”“이 밤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해. 여기는 서울이 아니라고.”솔은 메이가 대답하기 전에 바로 디즈니플러스를 켜서 외출하기 전에 보던 드라마 [애콜라이트] 예고편 재생 버튼을 눌렸고, 메이는 TV 화면을 힐끗 보았다.  
[제다이는 평화라는 명분 아래 은하계를 지배하지. 평화는 거짓이야.]
 예고편을 잠시 보던 메이가 대답했다.“좋아요.”메이와 솔은 그대로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았다. 
…제다이들은 연이어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어느 외딴 행성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암살자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도 있었다. 낯선 자는 밤이 되자 본색을 드러내고 제다이들을 몰살한다. 딱 한 명만 빼고. 한편, 암살자는 살기 위해 도망치다가 그녀의 자매를 만난다. 암살자는 그녀의 자매를 설득하지만, 자매는 그녀를 믿지 않는다. 결국 암살자는 그녀의 자매를 기절시킨 후, 살아남은 제다이 밑으로 들어간다….
 메이는 다음 화로 넘어가기 전에 리모컨 버튼을 눌러서 TV를 껐다. 그녀가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만 보죠.”“왜? 재미있는데.”메이는 기지개를 켰다. 몇 시간 동안 앉아있었더니 피곤했다.“밤새 드라마만 볼 수는 없잖아요. 저는 내일 서울로 올라가야 해요.”“이제 우리 그만 잘까?”메이는 대답 대신 술병이 가득 들어있는 찬장 문을 열었다. 메이가 선반에서 캪틴큐를 꺼낸다. 메이의 행동을 재미있게 바라보던 솔이 말했다.“내일 서울 간다는 녀석이 술 마셔도 돼?”“저도 다 컸어요. 제가 원하는 술을 마실 자유가 있죠.”“조심해, 그 술은 마시고 하면 숙취가 없는 대신 하루가 사라지는 마법의 술이야.”“이거 마시면 이 세계라도 가나 보지요?”“뭐 그런 셈이지.”메이가 옆 서랍에서 조그만 맥주잔을 꺼냈다. 이 잔은 생긴 건 맥주잔처럼 생겼지만 사실상 소주잔으로, 손가락을 겨우 걸 정도로 작은 손잡이가 달린 미니 맥주잔은 맥주보다는 소주나 양주를 마시기 좋았다. 캪틴큐를 한 모금 마신 메이는 혀가 술이 닿는 순간 뱉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한 말을 도로 무를 수는 없는 법, 메이는 바로 원 샷으로 잔을 비웠다. 메이의 표정을 본 솔이 킬킬거리며 웃었다.“솔직히 말해봐, 너 술 마신다고 한 게 후회되지?”“아뇨.”메이가 다시 잔을 술로 채우기 전에 솔이 잔을 뺏었다. 이에 메이가 뭐라고 대꾸하려고 했으나, 솔이 먼저 선수를 쳤다.“너만 입이냐? 원래 술을 마실 땐 어른에게 한 잔 올리는 것이 예의야.”메이가 입을 비쭉거렸다. 그녀는 솔이 메이의 아빠 노릇을 할 때가 싫었다.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요. 메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와, 이럴 때만 어른이래.”“그런 의미에서 나도 한잔해야겠어.”솔은 메이가 마시던 잔에 술을 따라서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다른 잔을 꺼내서 메이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메이는 못 이기는 척 두 번째 잔을 마셨다. 이번에는 목 넘김이 나쁘지 않았다. 솔이 말했다.“가끔 나는 네 어머니를 위해 기도한단다.”아저씨가 내 엄마에 대해서 기도한다고? 나를 안심시키려고 거짓말하는 것 같은데.“물론 너는 믿기 힘들겠지만.” 솔이 덧붙였다.“나는 그 사고가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어. 지금 어렵겠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너도…”아 졸려, 이 아저씨는 한 번 말문이 터지면 끝나지를 않는다니까. 메이는 슬슬 술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솔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술병 안 술은 전부 둘의 위장으로 들어갔다.술에 취한 메이는 술기운에 잠이 들락 말락 할 때 누군가가 자신을 안아서 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그 누군가는 솔일 것이다. 눈을 뜨기 귀찮았던 메이는 계속 자기로 했다. 솔이 메이를 침대에 눕히고 나서 그도 메이의 옆에 누었다. 솔이 메이 방향으로 돌아누웠는지 그의 숨소리가 바로 코 앞에서 들렸다. 그녀의 피곤한 몸은 침대에 늘어져 있었지만,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다. 메이는 몽롱한 정신 속에서 솔이 어떻게 할 건지 궁금했다.메이는 그녀의 눈썹에서 느껴지는 솔의 손길에 당황했다. 눈썹을 정리하듯 쓸어내리던 손은 메이의 머리에 안착해서 잠시 머물렀다. 그리고 그의 손은 사라졌다가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메이의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 이불로 덮었다. 메이의 이마에 축축한 그의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졌다. 메이는 안도감 반 아쉬움 반으로 한숨을 쉬었다. 메이는 솔이 그렇고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잠시 후 침대 반대편에서 느껴지던 무게감이 사라졌다. 그가 방을 나간 모양이다. 무거운 잠의 파도가 메이를 덮쳤고 그녀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메이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캪틴큐에 대한 솔의 경고가 농담이 아니었다. 해장 겸 아침을 먹으려고 방문을 연 메이는 솔이 거실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을 보았다. 솔이 말했다.“…카이미르를 잡았나?”메이는 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메이는 솔의 시야 바깥으로 몸을 숨기고 솔의 통화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알았어. 내가 곧 가지.”솔의 전화 통화는 아쉽게도 끝이었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메이는 얼른 도로 침대 속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았다. 메이는 솔의 전화 통화를 엿들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메이는 솔이 침실로 오기를 기다렸다. 메이는 자는 척을 실감하게 연기하기 위해 코 고는 소리를 내는 것을 고민했다. 메이의 예상대로 그의 발걸음이 침실 문에서 멈추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솔이 말했다.“메이야, 자니?”“음… 아저씨 지금 아침이에요?”메이는 방금 깨어난 척 눈을 비비며 하품했다. 솔은 침대에 누워있는 메이를 보며 말했다.“괜찮아 더 자고 있어. 내가 해장국 끓여줄게.”“고마워요.”솔은 주방으로 가고 침대에서 일어난 메이는 창밖을 본다. 새벽이 끝나고 저녁 같은 아침이 왔다. 하늘에 잔뜩 낀 구름 때문에 아침이지만 아직도 밤인 것 같다. 어젯밤 화려한 축제를 했던 공터는 이제 생선 뼈 같은 철골만 남아 황량해졌다. 상가 간판의 네온사인도 꺼진 어둑한 공터에 노란 가로등만이 거리를 밝히고 있을 뿐이다. 창밖에는 눈이 소리 없이 타고 남은 달집 잔해 위에 내려앉는다.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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